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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 사본학

2부: 신약성경 사본의 종류 (08) 소문자 사본(미누스쿨, minuscule): 중세 필사의 흔적

2부: 신약성경 사본의 종류 (08) 소문자 사본(미누스쿨, minuscule): 중세 필사의 흔적

1. 미누스쿨 사본의 등장 배경과 정의

미누스쿨 사본은 9세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신약성경 사본으로, 대문자 위주의 언셜 사본을 대신하여 소문자 서체로 기록된 문헌을 말한다. 미누스쿨(minuscule)은 작은 글씨라는 뜻을 가지며, 필사자들이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도입한 서체이다. 언셜 사본은 글자가 크고 획일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양의 본문을 기록하는 데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미누스쿨 서체는 필기 속도를 높이고 문서 제작 비용을 절감하는 데 적합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필사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신약성경 전승의 방식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적응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미누스쿨 사본은 양피지와 종이에 기록되었으며, 중세 교회와 수도원에서 성경을 대량으로 보존하고 가르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미누스쿨 사본은 중세 기독교 문화와 지식 전승의 중심에 있었다.

소문자 사본(미누스쿨, minuscule): 중세 필사의 흔적

2. 미누스쿨 사본의 필사 방식과 외형적 특징

미누스쿨 사본은 언셜 사본과 비교할 때 필사 방식과 외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글자의 형태가 작고 곡선적이며, 획의 연결이 자연스럽다. 이로 인해 글자의 밀도가 높아져 한 장의 양피지에 더 많은 본문을 기록할 수 있었다. 또한 띄어쓰기, 구두점, 약어 사용 등이 점차 도입되면서 독자의 이해가 훨씬 쉬워졌다. 미누스쿨 사본에는 여백 주석, 그림 장식, 성경 본문을 구분하기 위한 장식적 머리글자 등이 포함되기도 했다. 특히 여백에 기록된 주석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필사자가 본문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당대 교회가 어떤 해석을 전승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이러한 외형적 특징은 미누스쿨 사본이 단순한 필사 문헌이 아니라, 성경 해석과 교육의 현장에서 사용된 살아 있는 증거임을 보여준다.

3. 본문 비평에서 미누스쿨 사본의 위치

본문 비평 연구에서 미누스쿨 사본은 언셜 사본이나 파피루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의 자료다. 그러나 그 방대한 양과 다양성 덕분에 본문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현재 알려진 미누스쿨 사본은 수천 권에 이르며, 이는 신약성경 사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누스쿨 사본은 특히 비잔틴 본문 전통을 강하게 반영한다. 비잔틴 본문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일관된 형태로 전승되었으나, 학계에서는 알렉산드리아 본문보다 후대적 특징을 가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누스쿨 사본은 중세 교회가 어떤 본문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신앙 공동체가 성경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또한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미누스쿨 사본을 비교하면, 중세 필사 문화의 네트워크와 교류를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미누스쿨 사본은 단순히 후대 자료가 아니라, 신약성경 본문 전승의 사회적·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핵심 근거다.

4. 중세 필사 문화와 신앙 전승의 의미

미누스쿨 사본은 중세 필사 문화 속에서 성경이 어떻게 살아 움직였는지를 보여준다. 수도원 필사실은 단순히 텍스트를 복제하는 곳이 아니라, 성경을 묵상하고 가르치며 공동체의 신앙을 세워가는 중심지였다. 필사자들은 본문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신학적 주석을 달았고, 이는 교회의 해석 전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미누스쿨 사본의 풍부한 여백 주석과 장식은 당시 신앙 공동체가 성경을 단순한 문자 기록으로 보지 않고, 경건 생활과 신학적 사유의 중심으로 여겼음을 증명한다. 현대 연구자들에게 미누스쿨 사본은 단순히 원문 비평의 보조 자료를 넘어, 성경이 어떻게 공동체 안에서 해석되고 전승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창이다. 따라서 미누스쿨 사본은 신약성경 연구뿐만 아니라 중세 교회사의 연구에도 필수적인 자료다. 본문 자체의 가치와 더불어, 당시의 신앙적 삶과 지적 전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로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