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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 사본학

6부: 현대 연구와 신앙적 의미 (27) 신약 사본학과 성경 무오성 논쟁

6부: 현대 연구와 신앙적 의미 (27) 신약 사본학과 성경 무오성 논쟁

1. 서론: 신약 사본학과 신학적 긴장의 배경

신약성경은 기독교의 핵심 문헌으로, 초대 교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앙과 교리의 기초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성경은 원본이 아니라 수많은 사본의 전승 과정을 통해 전해진 결과물이다. 신약 사본학은 이러한 필사본들을 비교하고 연구하여 가능한 한 원본에 가까운 본문을 재구성하려는 학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사본 차이들이 성경의 무오성(inerrancy) 논쟁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성경 무오성은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 아래 기록되어 오류가 없다는 신학적 선언인데, 실제 사본에는 문법적 차이, 단어 누락, 중복과 같은 변이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신약 사본학의 연구 결과와 성경 무오성 교리는 때로 충돌하는 듯 보이며, 이로 인해 학계와 교계는 오랜 시간 깊은 논의를 이어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본학의 성과를 어떻게 이해할지, 그리고 성경 무오성이 어떤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신학적 과제가 된다.

신약 사본학과 성경 무오성 논쟁

2. 사본학적 발견과 무오성 논쟁의 전개

신약 사본학은 19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수천 개의 그리스어 사본, 번역본, 교부들의 인용문 등을 분석해 왔다. 대표적으로 4세기의 코덱스 바티카누스와 코덱스 시나이티쿠스 같은 고대 사본이 발견되면서 기존의 공인본문(Textus Receptus)과 차이를 보였고, 이는 곧 성경 본문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불러왔다. 예를 들어, 요한복음의 ‘가늠한 여인 이야기’(7:53-8:11)나 마가복음의 ‘긴 결론’(16:9-20)은 일부 고대 사본에 나타나지 않아 학자들 사이에서 본문적 진정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발견들은 성경 본문이 단순히 기계적으로 보존된 것이 아니라 필사자들의 전승 과정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무오성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도전받을 수밖에 없었다. 보수적 신학자들은 무오성을 ‘원본에 한정된 진리’로 재해석하며, 사본 차이는 인간적 전달 과정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유주의적 입장에서는 성경의 무오성을 절대적 선언으로 보지 않고, 신앙 공동체의 해석과 증언이 본질이라는 관점을 강조했다.

3. 현대 학계의 입장과 신앙적 조율

오늘날 학계는 성경 본문이 단일한 형태로 보존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인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본문 비평의 성과를 통해 원본에 거의 근접한 형태가 재구성되었으며, 본질적인 신앙 교리에 영향을 줄 만큼의 큰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다. 실제로 수많은 변이 중 대부분은 철자, 문법, 단순 반복과 같은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약 사본학은 성경의 무오성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문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무오성을 절대적인 ‘기계적 무오’로 고집하는 대신, 하나님께서 역사 속에서 인간의 언어와 문화를 통해 말씀을 보존하셨다는 ‘섭리적 무오’의 개념을 받아들일 때, 사본학과 신앙은 충돌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 교회 현장에서는 이러한 학문적 성과를 무조건 두려워하기보다, 신앙적 해석과 연결하여 성경이 지닌 권위를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4. 신약 사본학이 던지는 신앙적 의미

신약 사본학과 무오성 논쟁은 단순히 학문적 문제를 넘어, 오늘날 성경을 어떻게 읽고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신앙적 물음을 던진다. 성경 무오성은 오류가 없는 책이라는 ‘완벽한 물건’의 개념보다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을 인간에게 확실히 전달하셨다는 ‘신뢰할 만한 계시’의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본학이 보여주는 변이들은 인간적 흔적이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님의 메시지는 일관되게 보존되었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은 성경이 단순한 신비적 텍스트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전해진 말씀임을 증명한다. 신약 사본학은 교회와 신학자들에게 성경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기보다, 지성과 신앙을 함께 동원하여 깊이 탐구하고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사본학은 성경의 권위를 해치는 학문이 아니라, 그 권위를 더욱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학문적 도구라 할 수 있다.